대만이 꺼낸 ‘AI 배당금’, 1인당 현금 44만원

Editor’s Note

AI와 반도체 호황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이 11.05%까지 오른 대만. 정부는 그 과실을 국민 1인당 1만 대만달러의 현금으로 나누겠다고 했다. 숫자는 화려하지만, 소비 효과와 재정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질문도 함께 커졌다.

라이칭더 총통이 2027년도 중앙정부 총예산안 2차 보고를 듣는 모습

대표 이미지는 라이칭더 총통이 2027년도 중앙정부 총예산안 2차 보고를 듣는 모습입니다. 이미지 중화민국 총통부.

AI와 반도체 호황을 맞은 대만이 성장의 과실을 현금으로 나누는 실험에 나섰다. 대만 정부가 꺼낸 숫자는 국민 1인당 1만 대만달러, 한화로 약 44만원. 라이칭더 총통은 2027년도 중앙정부 총예산안에 이를 위한 세출 2,357억 대만달러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정부가 붙인 이름은 사실상 ‘AI 배당금’이다. 세계적인 AI 수요와 반도체 수출이 만든 성장의 과실을 기술업계 밖의 대만 국민에게도 나누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금은 아직 예산안 안에 있다. 실제 지급까지는 행정원의 예산안 확정과 입법원 심의를 지나야 한다.

11.05%, 현금을 꺼내게 한 숫자

대만 행정원 주계총처가 8월 14일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11.05%다. 기존 전망 9.64%에서 1.41%포인트 올랐고, 39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1년 전보다 12.93% 늘었고 상반기 성장률은 14.15%를 기록했다.

총통부는 AI, 고성능 컴퓨팅,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를 성장의 중심에 놓았다. 대만이 오랫동안 쌓아온 반도체·ICT·제조 공급망으로 주문과 수출, 투자가 함께 늘었다는 것이다. 숫자만 보면 이번 현금 지급안은 침체를 막기 위한 긴급 처방보다 호황의 과실을 다시 나누는 선택에 가깝다.

라이칭더 총통이 2027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모습
라이칭더 총통은 AI 성장의 과실을 전 국민과 나누겠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중화민국 총통부.

대만의 전 국민 지급,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만은 경기와 세수 상황에 따라 전 국민 단위의 소비쿠폰과 현금을 여러 차례 지급해 왔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뒤에는 3,600대만달러 소비쿠폰을,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3,000대만달러와 5,000대만달러 상당의 쿠폰을 지급했다. 2023년에는 6,000대만달러, 2025년에는 1만 대만달러를 현금으로 나눴다.

이번 계획이 다른 점은 명분이다. 위기 때 소비를 떠받치는 쿠폰이 아니라 AI 산업의 호황이 늘린 세입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메시지가 앞에 섰다. 라이 총통은 현금 지급을 포함해도 내년 예산의 수지 균형을 유지하고 실질적인 신규 차입은 없다고 설명했다.

대만의 현금 지급, 소비는 얼마나 늘까

대만 정부가 내세운 장점은 현금이 쿠폰보다 자유롭다는 점이다. 교육비와 돌봄, 생활비, 저축 중 어디에 쓸지 대만의 각 가정이 직접 정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선택권이 가계 부담을 줄이고 지역 소비도 살릴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자유로운 돈이 모두 새로운 소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향신문이 인용한 대만 중앙연구원 조사에서 이전 지급금을 받은 응답자의 81.15%가 돈을 소비에 썼지만, 추가 소득 한 단위가 실제 추가 소비로 이어진 비율을 뜻하는 한계소비성향은 0.29로 추산됐다. ‘많은 사람이 썼다’와 ‘소비가 그만큼 늘었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대만 2027년도 중앙정부 총예산안 회의 전경
2027년도 중앙정부 총예산안 2차 보고 회의. 이미지 중화민국 총통부.

현금 44만원과 공공주택 8만4,000호 사이

비판은 지급 여부보다 돈의 쓰임을 향한다. 대만 야당 시대역량의 왕완위 주석은 비슷한 규모의 예산이면 공공주택 8만4,000호를 짓거나 보육, 의료, 소방과 교통안전에 더 투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주택 숫자는 야당의 추산이지만, 현금 지급이 다른 장기 사업의 기회비용이라는 문제 제기는 남는다.

성장의 속도와 체감의 속도가 다르다는 점도 핵심이다. 총통부 역시 기술산업 밖의 서비스업·전통산업·중소기업 노동자들이 같은 속도로 성장을 느끼지 못한다고 인정했다. 일회성 현금은 그 간극을 빠르게 줄여 보이게 하지만 임금, 주거, 돌봄 같은 구조적 격차까지 해결하지는 못한다.

아직 현금이 아니라 예산안이다

대만 행정원은 8월 20일 2027년도 중앙정부 총예산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입법원 심의가 남는다. 집권 민주진보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규모와 방식이 그대로 통과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통과된다면 지급 시점은 2027년 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만 정부의 이번 선택은 AI 시대의 성장을 어떻게 번역할지 묻는다. 기업 실적과 수출, GDP로만 남길 것인가, 현금으로 빠르게 나눌 것인가, 아니면 주거와 돌봄 같은 장기 자산으로 바꿀 것인가. 대만의 1만 대만달러는 44만원짜리 보너스인 동시에, 기술 호황의 몫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가져갈지 보여주는 시험대다.


정보 기준: 2026년 8월 18일

출처: 중화민국 총통부 · 대만 행정원 주계총처 · KBS·Daum · 경향신문 ·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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