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원하는 건 ‘임시’가 아닌 장기 프로젝트다
세르비아 축구의 전설 드라간 스토이코비치가 한국 대표팀을 바라봤다. 그는 8월 13일 KBS와의 메신저 인터뷰에서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단서도 분명했다. 지금 거론되는 임시직이 아니라, 팀을 긴 호흡으로 이끄는 역할을 원한다는 것이다.
아직 선임도, 협상도 아니다. 대한축구협회가 그를 정식 후보로 발표한 사실도 없다. 현재 확인된 것은 한 명의 경험 많은 감독이 공개적으로 관심을 나타냈다는 데까지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이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뚜렷하다. 유럽의 대표팀 경험과 아시아 축구에 대한 긴 기억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이름을 만든 스토이코비치

스토이코비치는 선수 시절 유고슬라비아를 대표한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일본에서는 나고야 그램퍼스의 상징으로 남았다. J리그 공식 기록에 따르면 그는 나고야에서 선수로 8년, 감독으로 6년을 보냈다. 1995년에는 J리그 최우수선수로 뽑혔고, 지도자로 돌아온 뒤에는 2010년 구단 역사상 첫 J1 우승을 이끌었다.
이 경력은 단순한 ‘아시아 경험’보다 조금 더 구체적이다. 낯선 무대에 잠시 머문 것이 아니라 선수와 감독으로 한 클럽의 문화를 오래 겪었다. KBS 인터뷰에서 한국 거주에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히고 손흥민, 이강인 등 주요 선수를 언급한 배경에도 이런 자신감이 깔려 있다.
다만 일본에서의 성공이 곧바로 한국 대표팀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클럽과 대표팀의 운영 방식이 다르고, 2010년의 J리그와 2026년의 한국 축구가 마주한 환경도 다르다. 익숙함은 장점이지만 검증의 끝은 아니다.
세르비아를 두 대회 본선에 올렸지만

스토이코비치는 2021년 세르비아 대표팀 감독에 올랐다. 세르비아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무패로 조 1위를 차지했고, 포르투갈을 제치며 본선에 직행했다. 이어 유로 2024 본선에도 진출했다. 세르비아축구협회는 그의 퇴임 당시 월드컵과 유로 진출을 4년 반 임기의 주요 성과로 평가했다.
본선 결과는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세르비아는 2022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 최하위에 머물렀고, 유로 2024에서도 2무 1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예선을 돌파해 팀을 큰 무대에 올려놓는 데는 성공했지만, 본선에서 다음 단계로 밀어 올리지는 못한 셈이다.
2025년에는 월드컵 예선 홈경기에서 알바니아에 패한 뒤 사의를 표명했고, 세르비아축구협회와의 계약을 상호 해지했다. 긴 임기와 두 차례 본선 진출은 분명한 이력이다. 동시에 큰 대회에서의 경기 운영과 세대교체, 압박이 높아졌을 때의 대응은 다시 살펴야 할 대목으로 남는다.
한국이 봐야 할 것은 ‘이름’보다 조건
이번 발언에서 가장 선명한 부분은 스토이코비치가 원하는 조건이다. 그는 짧은 임시 역할보다 장기 감독직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에서 거주하며 팀을 맡을 의향도 드러냈고, 향후 정식 감독 선임 절차에 지원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장점 후보는 세 가지다. 아시아 생활 경험, 한 팀을 오래 운영해 본 경력, 월드컵과 유로 예선을 통과한 대표팀 경험이다. 확인할 질문도 세 가지다. 두 차례 본선 조별리그 탈락을 어떻게 평가할지, 현재 한국 대표팀에 어떤 축구를 입힐지, 대한축구협회가 실제로 장기 프로젝트를 맡길 구조와 기준을 준비했는지다.
지금 단계에서 스토이코비치를 ‘차기 감독’으로 부르는 것은 빠르다. 본인의 관심 표명과 협회의 공식 후보 선정은 전혀 다른 절차다. 다만 단기 수습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과 권한을 요구하는 감독이 먼저 손을 들었다는 사실은 한국 대표팀의 다음 선택이 무엇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다시 묻게 한다.
스토이코비치의 한국행 가능성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이름값이 아니다. 한국 축구가 어떤 기간과 목표를 가진 프로젝트를 만들 것인지, 그리고 그 프로젝트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다.
정보 기준일: 2026년 8월 14일
주요 출처:
대표 이미지: 2023년 몬테네그로-세르비아 경기장의 드라간 스토이코비치. 사진 Vux33,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Wide Issue가 16:9로 크롭했으며 편집 이미지에 동일 라이선스를 적용한다.
